사람사는 이야기

비문증

임부택 2009. 12. 2. 01:52

어느날 자고 일어나니까
눈속에 작은 머리카락이 들어가서 눈을 따라다니며 신경을 거슬리게 했습니다.
인공눈물을 넣고 빼내려고 해도 빠지질 않아서 안과를 찾아 갔습니다.

이리저리 살펴보시던 의사선생님이
눈에 무엇이 들어 간것이 아니고 눈 속에는 달걀의 흰자와 같이 투명한 조직인 유리체가 있는데, 이것이 혼탁해 지면서 생기는 날파리증(비문증 飛蚊症) 이라고 합니다.

2%정도는 망막이 파열되거나 당뇨병,고혈압등에 의한 병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유리체의 노인성 변화이므로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으며,
나이가 들면 흰머리가 생기는 것과 같은 현상이므로 걱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며  
자기도 눈안에 날파리 몇 마리 키우고 있다고 위로합니다.


병원을 나오면서 느끼는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하늘을 한번 쳐다보니
참 맑고 푸른 하늘이 참 쓸쓸해 보입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하나씩 잃어 가는 것도 있지만
하나씩 얻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시력검사를 할때마다 시력이 1.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서, 폼나는 안경하나 써보고 싶은 적도 있었는데
몇 년전부터  작은 글씨가 안보이기 시작해서 얼마간 버티다가 할 수 없이 돋보기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구건조증 때문에 언제나 인공눈물을 챙겨야 합니다.

포기하기 싫었던, 자신 만만했던 시절이 지나가고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기면서
마음을 비우는 지혜를 하나씩 배워갑니다.

이제 눈안의 작은 머리카락이 엷어져서
날파리나 눈물자국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함께 살아가려고 합니다.

2005.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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